ABC 트레킹, 간드록-촘롱

Ghandruk(1940) – Chomrong(2170)
전날에 일찍 잠을 잤는지 꼭두새벽에 일어났다. 어제 살짝 보았는데 숙소 왼쪽너머로 설산이 보이는 게 생각나서 카메라를 챙겨서 부랴부랴 마을언덕을 넘었다. 아니나 다를까 설산이 모두 보인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더욱 선명해 보였다. 그리고 유채꽃밭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서 녹색의 꽃밭과 설산이 어울리게 담아냈다. 잊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숙소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다음 목적지로 가기위해 숙소를 빠져 나왔다.

오늘과 어제와 다르게 평평한 길과 내리막의 연속이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점점 많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머물게 된 구멍가게에서 산 아래에서 준비한 음료수를 마시며 쉬게 되었다. 가게에는 어린 꼬마아이랑 엄마만 있었고 남편은 어디 갔는지 안보였다. 그리고 목걸이를 만들어 관광객에게 판매를 하는지 액세서리들이 눈에 보였다. 그렇게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 한번은 계곡 아래로 완전히 내려갔는데 개울가를 지나자마자 식당으로 보이는 집한 채가 있었고 등산객들이 제법 있었다. 우리 일행도 짐을 내려놓고 늦은 점심을 시켰다. 옆에 같이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모양새로 보아하니 중국 사람들 같았다. 단체로 온 거 같았다. 이젠 중국도 많이 발전했는가 보다 해외에 나가 보면 심심치 않게 중국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아침에 늦게 출발한 것도 그렇고 워낙 속도가 느려서 다른 등산객을 만나 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촘롱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근데 웬걸 포터가 하는 말이 계속 오르막이란다. 푸헐.. 이게 웬일이람. 한참을 내려와 예상은 했지만 허탈하지 그지없다. 그래도 촘롱에 늦게 도착하지 않으려면 서둘러서 가야한단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중턱쯤에 올라와서 쉬고 있는데, 산을 내려오던 아줌마가 내목에 걸린 카메라를 보더니 사진을 찍어 달라는 거다. 지쳐있던 나였지만, 열심히 셔터를 눌러 댔다. LCD로 사진을 보여 줬더니 본인사진을 보더니 뭔가 아닌 눈치였다. 문제는 숄을 둘러쓰고 있어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게 싫은가 보다! 그러더니 숄로 머리를 묶더니 다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센스 있는 아줌마구나! 다시 찍은 사진을 보니 한결 젊어 보였다. 사진을 찍고 있던 찰나에 포터랑 누나가 내가 쉬는 언덕에 도착했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 쉬다 반복하니 마을이 보였다. 이제 살았구나! 안심의 미소를 지웠지만 웬 마을이 경사가 급한지 마을만 지나는 것만 해도 힘들었다. 그렇게 산을 돌아 숙소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포터가 다른 숙소에 가자는 걸 한국음식을 하는 숙소로 가자고 내가 우겨서 들어가게 됐다. 숙소로 들어가 숙소가격을 묻고 조금 비싸게 불러서 그냥 갈려고 하니깐 반으로 깎아 준단다. 얼씨구나, 하면서 숙소에 묶게 된다. 저녁에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제법 맛은 나는데 본토의 맛은 아니었다. 그래도 머나먼 타국에서 그것도 히말라야오지에서 이게 어디냐 쉽다. 밥공기를 말끔하게 비우고 밖으로 나갔다. 담배한데를 물고 어둠이 내려와 희미해져 가는 설산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Annapurna Base Camp Trekking, Himalaya Nape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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