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트레킹, 눈사태 그리고 하산

Deurali(3230)- Himalaya(3270)- Dovan(2870)- Bamboo(2335)-시누야
아침에 눈을 뜬 나는, 눈이 그쳤나 싶어서 허둥지둥 문을 열고 밖을 나갔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계속눈발이 날렸고 밤새도록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아침에 눈이 그치면 베이스캠프로 가기로 했는데 캠프문턱까지 와서 하산을 해야 한다니 정말로 아쉬웠다. 사람들도 깨어났고 아침식사를 주문을 하고 하산하는 이야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하루째 산장을 지나온 인적이 없는 걸 보아서 올라간 사람이나 올라오는 사람이나 눈에 갇혀 버린 것 같다.
결국 하산하기로 하고 식사를 마치고 바로 내려갔다. 눈에 대한 대비를 간단하게 하고 아무도 밝지 않은 하얀 눈을 헤치며 천천히 내려갔다. 밤사이에 어찌도 눈이 많이 왔는지 한발자국 걸으면 눈이 무릎위에까지 올라온다. 한걸음도 내딛기 힘들었지만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갔을까 산장사람들이 보인다. 그것도 무지 빠른 속도로 미끌어 지듯이 내려오더니 우리일행과 같이 하산을 하게 되었다. 아마 산장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정말 느린 속도로 힘들게 하산을 했을 뻔 했다. 산장청년이 누나가 미끄러지고 잘 못 가자 손을 잡고 잘 도와서 쉽게 내려 갈 수 있었다.
뱀부에서 걷다가 눈이 내리는 고요한 숲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공허함속에서 나는 계속 걸었다. 마치 영화 비밀의 숲을 지나는 것처럼 판타지 같은 동화 속에 빠져든 것처럼 그 속에는 얼름마차를 탄 누군가가 나를 데려 갈 것 같았고 나는 마치 그것을 원하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국과 티벳을 지나 나는 어느덧 네팔의 이름 모를 산속에 있다. 산에서 6일째 세상과는 담을 쌓고 사는 산사람들과 동화되어 가는 거 같다. 나는 무엇 때문에 여행을 시작했고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떠나게 됐는지 하는 고민이, 여행이 한 달이 되고 나니 모든 생각이 가물가물해진다. 산에서 생활이 물질문명을 잊게 하듯이 나는 현재 행복하다. 산 아래의 모든 일을 잊게 한다. 산에서 생활은 어설프고 서툴지만 나름 정신이 맑아지고 행복하다.
우리일행을 말없는 꿀 벙어리처럼 걷기만 한다. 조금 지나 히말라야 산장을 지나고 도반까지 내려가서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잠깐 쉬는데 포터는 뱀부쯤에서 하룻밤을 묵어가자는 거다, 근데 욕심이 생긴 나는 좀 더 내려가자고 재촉했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 고생은 됐지만 시뉴야에서 짐을 풀게 되었다. 평소에 우리 속도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였지만 그날은 제법 속도가 났다. 시 뉴야에 도착해 보니깐 여기도 제법 눈이 왔다.

우리가 묶는 숙소는 아줌마와 소년이 있었고 간 난쟁이도 있었다. 오붓한 가정 이였고 아이는 제법 엄마 일을 도와 어른구실을 한다. 저녁에는 너무 추워서 허름한 헛간 같은 곳에서 서로 마주앉아서 모닥불을 벗 삼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웠고 저녁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하게 되었다. 나는 옆에서 구경만 했다. 포켓볼과 알까기 합해 놓은 게임 이였고, 탁자에 큰 판자를 올려놓고 하는 게임이다. 제법 재미있게 보였다.
Annapurna Base Camp Trekking, Himalaya Nape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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